가장 뛰어난 지표
수익률 곡선을 가장 뛰어난 금융지표 가운데 하나라고 간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여러 이유 가운데 필자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연준과 관련된 이유다. 수익률 곡선은 주로 연준의 조치 혹은 연준의 예상조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관한 상당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수익률 곡선의 형태에 대한 이러한 설명을 정책기대가설이라고 한다. 수익률 곡선이 연준의 앞으로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그대로 담아낸다는 가설이다. 연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잘 들어맞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수익률 곡선은 경제를 예측 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연준의 조치는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연준을 정확히 평가했을 때 그것이 경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로 이어졌다.
본질적으로 수익률 곡선에는 정책적 조치와 그에 대한 반응, 실제효과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 반영돼 있다. 물론, 때로는 연준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도 있다. 그 예가 1990년대 초반, 그리고 아무리 유동성을 투입해도 은행대출을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최근 금융위기 상황이다.
이처럼 수익률 곡선은 투자자가 장기 자산에 요구하는 프리미엄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신용과 남은 기간 측면에서 모두 반영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장기 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드문 것이다. 현재상황에서 불확실성 요인은 미국의 재정 적자 전망으로, 장기물은 이러한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 반대로, 전망을 낙관할 때는 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의지도 더욱 커진다.
사례
수익률 곡선이 경제와 금융시장의 사건들을 정확히 예측한 사례는 미국 역사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최근 사건부터 짚어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06년에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 그 이우는 다양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2004년 6월 시작 해 2006년 6월까지 이어진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조치였다. 일련의 금리 인상을 시작할 당시 1.0% 수준이었던 연방기금리는 5.25%까지 뛰었다. 주택시장의 활동이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그 파장은 경기 둔화를 불러올 만큼 강력해 보였다. 이런 시각은 장기 금리에 반영됐다. 이미 장기 금리에는 경기둔화로 말미암은 단기 금리 하락 전망, 그리고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어 있었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예외적인 사건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수익률 곡선이 역전될 때마다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런 의문에 관해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수익률 곡선의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일 것, 그리고 수익률 곡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림들에게 속지 말라는 것이다. 2006년,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를 밑돌자 이 현상을 흔히 외국인투자자, 즉 중국인들이 국제교역으로 벌어들인 달러를 투자 등에 재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장기 금리를 움직이는 힘은 이러한 기술적인 요인들이 아니다. 수익률 곡선의 형태에 내재한 메시지를 의심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이 사실은 금융 위기로 더욱 분명해졌다.
강력한 예측수단으로서 수익률 곡선의 가치는 2000년에도 분명히 드러났다. 2000년 1월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기 시작되면서 그 해의 사건들을 예고한 것이다. 수익률 곡선이 2000년 초반에 보낸 경고에 주의를 기울인 투자자들은 소위 노다지를 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외 거의 모든 사람은 한밤중에 도로에서 자동차 불빛을 맞닥뜨린 사슴처럼 놀란 눈으로 자신이 투자한 주식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2000년 1월 나타난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은 1990년과 1991년 경기침체 이후 처음이었다. 2006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그 원인을 미국의 국채 환매와 같은 기술적 요인으로 일축했다. 그러나 당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된 데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었다.
경제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연준이 단기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채권시장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한 가지 이유였다. 그 기대는 현실이 되어 연준은 이후 4개월에 걸쳐 금리를 총 1%p 인상했다. 그러자 채권 투자자들은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랬다. 2000년 말까지 계속해서 경기둔화의 징후가 하나 둘 나타났고 2001년이 되자 경기침체 신호가 감지됐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수익률 스프레드의 역전은 거의 언제나 경기침체에 선행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서야 비로소 경기침체가 진행 중이었음을 알아차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경기침체가 다가온다는 징후를 남들보다 조금만 먼저 읽을 수 있어도 투자자에게는 상당히 가치 있는 일이 된다는 뜻이다. 수익률 스프레드의 역전은 그 자체로 경기침체의 강력한 지표가 되는데 역전의 정도가 클수록 경기침체의 확률도 높아진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채권시장의 수정구슬이 바로 수익률 곡선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익률 곡선은 매우 간단해서 누구든 활용할 수 있다. 필자의 도구상자에는 늘 수익률 곡선이 있다. 물론, 필자는 수익률 곡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주장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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