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정여건
정부재정여건도 실질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표면적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미국 정부의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때는 곧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시기다. 미국 재무부는 이런 상황에서 평소보다 채권발행을 늘리지만, 경제불황과 민간의 자본수요 약세가 맞물려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더욱 강력한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공급요인이 거의 혹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 적자는 어느 경우에 실제로 채권수익률에 영향을 미칠까? 최근 몇 십년 동안 실질수익률 동향을 토대로 살펴보면,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평소보다 클 때, 즉 투자자들이 재정상황의 방향에 확신이 없고 재정악화가 경기요인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걱정할 때 재정 적자가 실제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에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는 향후 몇 년간의 수익률 수준을 웃돌 정도로 높았는데, 이것이 바로 재정 적자의 영향이었다. 재정 적자와 그에 따른 채권수익률 상승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된 것이 1991년에 도입된 '페이고pay-go' 원칙(재정지출이 필요한 법안을 제출할 때 반드시 그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하도록 한 원칙. 수입/지출 균형 예산제, 재원안 동시제출 방식이라고도 한다.)이었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1992년 2,904억 달러로 1990년대를 통틀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 당시 재정상황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미국은 2,369억 달러의 재정 혹자로 돌아섰다. 미국의 재정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커지면서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모두 하락했다. 건전한 재정상황 덕분에 미국 정부국체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재정 흐름이 개선되고 신규 및 기존 국채공급이 감소하면서 국채와 니은 채권의 실질수익률도 하락했다. 2%8년, 2%9년, 2010년 초반에 관찰된 실질수익률의 흐름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민간신용 수요가 위축되는 시기에 볼 수 있는 정상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1980년대나 1991년 페이고 예산제도가 도입되기 전처럼 행동한다는 조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침체의 정도에 따라 투자자의 반응에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지점쯤에서 상황이 달라지고 투자자들이 재정문제의 구조적 특징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들이 재정 적자의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때,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은 모두 상승할 것이다.
환율
환율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한 가지는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 통화 강세경향이 있는 국가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높은 국가들에 비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를 반영해 실질수익률 수준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환율은 국가 간 통화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은 통화 강세인 국가에 대한 투자에 좀 더 흥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자본이익을 얻을 기회가 더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화 강세는 해당 통화의 구매력을 보전해준다. 실질수익률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높은 실질금리를 추구하고, 높은 실질수익률의 원인이 불리한 것이 아닌 이상 실질수익률이 높은 국가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연준이 있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금리변동을 일으키고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인준의 금리 인상을 기대할 때 채권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에 대한 보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 하고, 따라서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이 모두 상승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거나 적어도 가속화될 조짐이 있을 때 금리를 올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 속도가 둔화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경기순환주기의 저점을 거의 2년 후행 한다. 이렇듯, 연준이 금리 인상에 돌입할 때부터 실질수익률이 상승할 수도 있지만,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시차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실질수익률의 반등은 일시적인 것에 그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따라잡으면 실질수익률도 얼마 동안 하락할 것이다. 그런 다음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경제활동도 약간 속도를 늦춘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기대하면서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이 모두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완화되면 실질수익률은 전반적인 요인들을 고려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통화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면 수익률 곡선 전체 영역에 걸쳐 실질수익률에 영향이 나타나지만, 단기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균형적이다. 이런 불균형은 연준이 단기 금리를 조절하고 장기 금리는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러나 연준은 장기 금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연준이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금리의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 시장참가지들은 금리를 조정해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조치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로 향상되는지는 그동안 중앙은행이 쌓은 신용에 따라 달라진다.
앨런 그린스편 의장 재임 당시와 같이 연준에 대한 신뢰도가 클 때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적 전망을 반영해 실질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연준이 쌓은 신용이 인플레이션 억제능력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기 때 문에 기능하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클수록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하는 실질수익률 수준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채권의 가치를 잠식할 위험에 대한 걱정이 덜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나타난 실질수익률의 하락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그린스펀의 능력에 대한 신뢰는 특별히 강력했다. 후임 벤 버냉키 의장 체제하에서, 시장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연준의 능력이 제도화되었다는 믿음을 갖게 됐고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모두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능력을 얻기 위한 연준의 역시는 198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은 이처럼 힘겹게 확보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위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유동성과 변동성
실질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시장의 유동성과 변동성이다. 기본적으로 시장 유동성은 투자자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프리미엄을 얹어주지 않고 얼마나 쉽게 유가증권을 매도하거나 매수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많고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차이가 작은 편이다. 반대로,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의 없고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차이가 크다. 시장의 유동성이 하락할 때,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린다. 이처럼 자본이 몰리면서 국채의 실질수익률이 하락하고, 투자자들이 이탈한 유가증권시장의 실질수익률은 올라간다. 금융위기 당시, 위험자산에서 이탈한 자금이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리면서 미국 국채의 실질수익률은 하락한 반면, 미국 국채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고정수익 증권의 실질수익률이 상승했다. 이처럼, 유동성은 고정수익증권 전반의 실질금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1998년에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기인한 유동성 요인 들이 미국 국채시장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쳤다. 당시 위험회피 성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발행한 지 오래되고 매력이 덜한 국채(경과물)를 멀리했고, 따라서 이런 국채들의 실질수익률도 역시 상승했다. 물론, 경과물이 인기를 얻지 못하고 다른 국채와 비교해 실질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신용도 차이로는 설명할 수 없다. 모든 국채는 미국 정부의 완전한 신의와 신용이 담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채 내에서도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오로지 유동성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1998년과 최근사건들은 실질금리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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