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주요 경로
채권시장을 움직이는 데 연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 사하는 요인은 거의 없다. 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하면 단기 금리와 경제활동의 속도를 조절하는 연준의 능력은 다양한 금융자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명목금리, 실질금리,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네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채권시장에 도달한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동시성의 정도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다른 두 가지 금융사건이 연준의 정책에 동일한 강도로 반응할 수는 없겠지만, 변화의 방향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모두 상승하고 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이 나타나며 스프레드 상품(회사채, 공사채, 누이 국채 대비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반응들이 전이 효과를 일으키며 특정 경제목적을 달성하려는 연준의 노력에 힘을 실어준다. 연준이 어떻게 이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명목금리
명목금리 연준의 금리변경이 명목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론, 명목금리는 실제금리수준을 가리킨다. 연준이 단기 금리를 조정하면 그에 따라 채권수익률도 조정된다. 채권수익률의 조정폭은 특히 수익률 곡선상의 만기, 통화정책에 관한 현재전망, 금융상황 전반을 비롯한 많은 요인에 좌우된다. 명목수익률이 연준의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단기물의 수익률은 주로 이자비용에 따라 달라지고, 이자비용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연준이 조절하는 연방기금금리다. 정도는 덜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밀접한 관계는 단기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단기물과 장기물의 명목금리가 연방기금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2년 만기 단기 국채의 수익률이 연방기금 금리 아래로 떨어진 경우는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모두 2~3개월의 단기간 내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뒤따른 시기였다 이러한 양상만으로도 연방기금금리가 명목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질금리
연준은 실질금리수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질 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금리다. 실질금리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상승하고, 금리를 인하하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연준이 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하기로 하면 채권투자자들은 채권수익률을 물가상승률 변화폭보다 빠르게 끌어올리거나 내림으로써 추가적인 금리조절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중이라면 그 조치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확대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채권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고, 또한 물가상승률이 빨라지거나 빨라질 위험이 있을 때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채권투자자들은 실질금리를 끌어올려 연준의 금리 인성에 대응한다.
둘째, 연준은 경기가 불황일 때 실질금리를 낮게 가져가고 경기가 호황일 때 실질금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가처분소득의 저축과 투자를 우대하는 조치들을 조율함으로써 소비와 위험수용을 번갈아 가며 장려하거나 제한한다. 여기서, '저축은 실제 저축(개인 가처분소득과 개인 소비의 자이)을 뜻하며, 특히 이자부자산에 대한 저축과 현금 및 현금성 상품을 의미한다. 투자는 회사 주식과 자본설비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투자를 가리킨다. 연준은 실질금리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저축과 투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축금리(주로 연방기금금리에 영향을 받는 금리를 반영해 결정)가 높고,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저축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때는 저축이 투자보다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실질금리가 높으면 투자가 축소되고 그 결과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저축에 지급되는 금리가 낮고 저축금리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투자자와 기업에는 저축보다 투자가 유리하고, 이들의 투자는 경제활동의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물기상승률 수준으로 최대한 끌어내려 저축 대비 투자와 소비가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경제활동이 둔화될 때 연준은 투자자와 기업의 위험선호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2008년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물가상승률 아래로 낮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연준은 저금리가 강력한 투자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저축금리를 끌어내렸다. 연준이 저축금리를 투자수익률 아래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상황은 일본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때문에 오랫동안 투자수익률이 저축금리를 밑돌았고 이는 극도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일본 투자자는 디플레이션이 투자의 명목가치를 감소시기는 경제상황에서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디플레이션은 투자의욕을 저해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투자자들은 저축금리가 제로금리를 가까스로 벗어난 수준일지라도 차라리 저축을 선택할 것이었다. 저축에서 얻는 수익이 투자수익보다는 많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으로서는 실질금리를 기능한 한 낮게 유지해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경기침체와 미미한 경제성장을 거의 20년간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일본의 어려운 상황과 정책적 대응이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의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존재하고 연방기금금리가 소위 제로 하한선에 도달했음을 인지한 연준은 위험선호도를 높이려고 또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양적 완화(QE)였다. 연준은 1조 7,5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여 투자자들을 위험스펙트럼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 결과, 연방기금금리를 물가상승률 이하로 낮출 때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을 투자자들에게서 이끌어냈다.
셋째,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신뢰를 이용해 실질금리율에 영향을 미친다. 재권투자자들이 연준을 신뢰하면 실질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는 투자자 들이 물가상승률 대비 요구하는 금리의 프리미엄 수준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상대로 싸우는 연준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더욱 높은 실질금리를 추구한다.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져 채권가지를 잠식할 위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격한 규율주의자 연준 (0) | 2023.01.10 |
---|---|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영향_02 (0) | 2023.01.10 |
달러, 전이 효과 (0) | 2023.01.09 |
통화정책의 수행방법 (0) | 2023.01.09 |
연방준비위원회는 어떤 곳인가. (0) | 2023.0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