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은 이러한 번영이 시작된 원년이 있다.
1994~1995년의 일은 시장의 천적으로 보였던 연준이 실상은 시장의 가장 좋은 친구였음을 입증한 좋은 사례였다. 또한, 연준의 의도와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연준을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보여준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추구한다는 원래의 목표에 맞도록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결국 연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연준의 임무 수행능력을 의심할 때,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연준의 정책이 궁극적으로 경제와 시장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고 시장이 잘못된 결론을 내릴 때, 이를 수익을 올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회의록
우리는 연준의장의 의회 반기보고서에 채권시장이 급격히 반응하고, 그 반응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준의장의 증언이 있는 달에는 그 증언을 통해 민감한 주제들이 깊이 다뤄지는 덕분에 다른 달보다 수월하게 시장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의회보고가 있는 달이 아닌 다른 시기에는 연준의장이나 관계자의 말에 그다지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말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연준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연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으려면 그야말로 열성을 다해 연준을 관찰해야 한다.
연준을 관찰하는 일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자.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참가자들의 면면이 모두 알려졌고 참가자들은 언제나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사적으로 나눈 대화까지도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글로 전달되고, 모든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도 제공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순식간에 풀린 것이다. 연준을 관찰하는 일도 이와 똑같아서 겁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연준을 관찰하는 일은 연준의장이 정책연설을 하면 그 영향이 오래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연준 의장의 정책연설이 통화정책에 관한 연준의 현재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며, 시장은 연준의 입장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을 세우고 그에 걸맞은 매매전략을 세워야 한다.
연준위원의 발언
연준의장의 말과 행동을 지침으로 연준의 정책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투자자들은 정기적으로 정책을 해석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준을 규칙적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황한 언사를 추적하면서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연준을 따라붙는 것이다.
연준의장을 포함한 13인의 FOMC 위원들에게는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투표권이 부여된다. 추가로 5인의 연준 관계자들도 FOMC 회의에 참석하는데 이들에게는 돌아가며 격년제로 투표권을 준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FOMC 회의의 분위기를 관찰한다. 이 관계자들도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에 이들의 말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투자자들로서는 13인 위원들의 말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회의가 끝나고 3주 후 공개되는 FOMC 회의록도 중요하다. 2005년 까지만 해도 회의록은 6주 후에 공개됐지만 연준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일을 앞당겼다. 회의록은 FOMC 위원들이 닫힌 문 뒤에서 논의한 내용을 상세히 보여준다, 특히, 연준이 회의 후 발표한 정책에 연준 위원들이 어느 정도의 지지를 보내는지에 따라 연준의 정책적 태도가 바뀔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회의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연준의 정책성명서다. 내용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정책성명서는 FOMC 회의를 마진 후 발표된다.
연준의 연설문을 읽는다. 연준의 행보를 추적하는 방법 가운데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대가는 엄청나고, 실제로 준비하는 데 시간도 그다지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연준의 연설문을 직접 읽는 것이다. 많은 정상급 투자자들은 이미 이를 실행하고 있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설의 특정 구절을 언급하는 것을 들으면, 연준의 연설문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연설문은 인터넷 연준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4개 지역 연준총재의 연설문도 각 지역 연준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연준의 연설문 길이는 대부분 2~3쪽 분량이어서 읽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연준의 연설문을 읽으면 뉴스의 제목만 읽을 때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더욱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뉴스에는 기자의 주관적 견해가 반영되기 쉽고, 따라서 연준의 의도가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한 말을 파악하는 창구로 기자의 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각 투자자에게 달렸다.
연준위원의 어법
연준의 연설문을 읽을 때는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연준 위원 여러 명이 하나같이 반복해 말하는 핵심어구를 찾아야 한다. 연준 위원 몇 명이 특정 어구를 글자 그대로든, 혹은 비슷하게 반복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연준의 정책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라는 생각한다. 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과 경제에 관해 저마다 의견이 있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월가에서는 연준 위원들을 성향에 따라 크게 비둘기파와 매파로 구분한다. 매파는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견해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표면화되거나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나타나면 금리 인상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경향이 있다. 비둘기파는 인플레이션은 큰 우려가 아니라는 뜻으로, 경제의 고성장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매파만큼 걱정하지는 않는 편이다. 월가에서는 연준 위원 개개인의 매파적, 비둘기파적 성향의 정도를 분석한다.
연준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알고 나면 오히려 연준의 정책적 입장을 해석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개개인의 견해를 알면 연준의 정책에 대한 통찰력을 기우는 데 도움이 된다. 통화정책에 관해 상반된 견해를 가졌다고 알려진 연준 위원들이(민주당과 공화당 위원들이 많은 사안에서 견해 자이를 보 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표현에서 어떤 일관성이 발견된다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어구는 특정사안에 관해 연준이 의견일치를 이루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징후가 된다. 연준 위원들 사이의 견해차이는 투자자로 하여금 연준 위원 개개인의 의견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화당 소속인지 민주당 소속인지를 알면 해당 정치인의 발언을 적절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직전에 몇몇 연준 위원들은 “저울이 인플레이션 가속화 쪽으로 기운다.” 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 표현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적 성향으로 볼 때 쉽게 이런 말을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공통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실제로 머지않아 금리 인상 조치가 뒤따랐다.
2000년 말에는 정반대 쪽으로 비슷한 이법이 구사돼 금리 인하가 목전에 있음을 암시했고 곧이어 실제로 금리가 인하됐다, 2009년 매파와 비둘기파는 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말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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